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날이였다.
그 녀석의 배에서는 살이 갈라지고 검은 피가 나온다.
나는 그런 녀석의 숨통을 끊으러 천천히 다가간다.
살려고 발버둥치는 녀석을 물속으로 밀어 넣으며,
그 녀석의 최후를 감상한다.
모습이 천천히  수면 아래로 사라지고 있다.
그렇지만, 그 녀석은 나의 뇌리에 자신의 배와 다리를 남겨놨다.
무섭다....


- 발견
새벽 1시반.
지친 몸을 이끌고, 유독 늦은 퇴근을 음미하며 집으로 돌아왔다.
도착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샤워를 하러 욕실로 향했다.
순간,
'앗, 누군가 있다.'
내 눈을 의심했다.
내 눈에 비친 녀석은 도저히 일반적인 녀석으로 보이지 않는... 그런 녀석이였다.
밖에서는 바람소리가 들린다.

- 대치
천천히 움직이는 녀석의 눈과 나의 눈이 순간 교차됐다.
그 녀석도 나도 움직이지 못했다.
'어떻게 하지...? 룸메는 자고 있는데...깨워야 하나...'
대치시간은 어느덧 30초를 지나고 있었다.

나는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생각했다.
결론은...
'죽이는 것은 무리다. 생포하자.'
그때부터 눈으로 주변에 도움이 될만한 도구를 미친듯이 찾았다.
'무언가 있다.'
그것은 플라스틱으로된 상품껍데기로 그녀석이 들어갈만한 크기이며, 신체접촉을 최소화 할 수 있는
최신식의 무기였다.

그 무기를 집어들기 위해 나는 시선을 그녀석에게 고정시키며 살며시 발을 움직였다.
아이템 획득 성공. 아직 나는 렙업 전이기 때문에 전투력의 차이가 느껴졌다.
내가 확실히 불리한 싸움이다.
나는 뇌를 가졌기 때문이다.

- 전투
동선 관찰 시작.
나는 그녀석의 동선을 30초정도 관찰하고, 전투력의 차이를 극복하기 좋은 위치까지 움직이도록 놔뒀다.
좋은 위치.
'OK. GO'
나는 획득한 최신식 아이템으로 살며시 그 녀석의 다리 아래쪽부터 접근을 시작했다.
구멍을 잘 맞춰야한다. 잘 맞춰야 한다....
헉.
떨어졌다... ㅠㅠ 이런 신발총.
상황이 매우 불리해졌다.
그녀석은 자신의 주무대인 마루로 나가려고 한다.
마루로 나가면 절대로 전투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게 된다.
'어떻게 해서든 마루 진입은 막아야 해'

갑자기 나한테 달려든다. 눈 앞이 캄캄해졌다.
나는 최신식 아이템을 그 녀석에게 미친듯이 퍼부었다.
'생포가 목적이다. 죽이면 안돼.'
수없는 난사(亂射) 중 한발이 성공했고 그 녀석은 치명타를 맞고 쓰러졌다.

- 상황종료
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.
부상자 1, 부상충(蟲) 1.
그렇게 생포하려 했지만, 피는 군데군데 뿌려졌고, 그 녀석은 배를 보이며 발을 움직이고 있었다.

징그럽다.

나는 이미 전의를 상실한 그 녀석을 들어 변기로 향했다.
'잘가라. 그리고 이 세상에서 다신 만나지 말자. 다음 세상에서도...'


- 후기
일본의 ゴキブリ(고키부리:바퀴벌레)는 정말 크다. 내 손가락 두개 합친 크기였다.
피로 묘사한 그것은 바퀴벌레의 내장이며, 생포를 목적으로 한것은 내장이 나오지 않게 하기
위함이였는데, 정말로 검은 피같았다.
나만 당할 순 없다.
모두 다같이 상상하자. ^^;

그날 이후로 그 넘 반 만한 놈이 또 나왔는데, 치명타를 날린 후 어떻게 처리할까 한참을 고민하던
나를 보고, 안쓰러웠는지 룸메가 처리해줬다.(할 수 있으면 진작에 할 것이지.. -_-')
고맙다 정말... ㅠㅠ

난 정말 일본 바퀴가 무서워 졌다. ㅠㅠ
무서웟!!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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